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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대하여

코로나 좀비

by 치유의 천사 2022. 3. 5.

저는 평소에 좀비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 하곤 했습니다. 저렇게 좀비가 터져 나오면 되도록 초반에 그냥 안 아픈데 물리고 빨리 좀비가 되어 버리는 게 마음 편하지 않겠냐고 말이죠. 어차피 멍한눈을 하고 뛰어다니는 것 밖에 없다면 인간으로 남아 언제 어디서 들이닥칠 지 모르는 그 흉한 몰골을 두려워하며 평생 벌벌 떠느니 후딱 좀비가 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그 상황에서 과연 인간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기야 좀 흉해지겠지만 그래도 감각이 마비되고 이성이 없다면.. 괴롭지도 않지 않을까요?

요즘 시대에 아직 좀비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코로나가 그와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말로 무섭게 퍼져 나가고 있으니 말이죠. 그리고 결국 저도 걸렸습니다. 그렇게 자가격리가 되어 집에 박혀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이건 좀비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일단 좀비는 이렇게 아프지 않을 겁니다. 아니 아파도 못느끼지 않을까요? 반면 코로나는..아프네요.. 목도 아프고 목소리도 잘 안나오고요.. 먼저 걸렸던 선배님들(?) 조언대로 약이라도 쟁여놓을껄 그랬나봅니다. 그리고, 좀비가 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거라면 달려가서 물어서 동족으로 만드는 것이고, 그 마저도 이성이 없으니 죄책감이 없겠지만.. 코로나는 다른 것 같습니다. 일단 제가 하던 일을 다른 사람이 대신 해야 합니다. 그리고 계획되어 있던 당직이.. 꼬입니다. 제가 격리되는 1주일간 제가 서기로 되어있던 날짜를 바꿔서 다른 분들이 갑자기 당직을 서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얼마나 죄송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코로나와 좀비는 다르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사전투표일이었지요. 확진자들을 위한 사전투표시간이 오후5~6시로 배정을 받아서 동네 주민센터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느낀 것은 다시..아.. 우리는 좀비들인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람부는 추운 야외 주차장에서 기표소는 하나..우주복을 입은 공무원들과 길게 늘어선 코로나 좀비들..저 사람들 눈에는 내가 좀비로 보이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나마 6시 조금 전에 도착한 사람들은 시간이 늦었다며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 같았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인원이 부족하고, 준비가 부족했다는 설명이 있었죠. 

그냥 좀 섭섭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픈데 나와서 바람 부는 추운데서 계속 줄을 서 있다가 예상치 못한 인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니까요. 보건소에서 조사는 엄청 자세히 하던데 이 동네 확진자 수를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는지, 아니면 이 사람들이 투표를 안 할 꺼라고 국민성을 의심했던 것인지.. 뭐..어느 쪽으로던 섭섭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역시 우리가 좀비로 보였으니까 사람들이 그러는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건 우리가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국민의 대부분이 코로나가 걸렸다면 이러지 않았을텐데..하고 말이죠. 

결국 이 사회에서 다수에 속한 다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가 이것이지 않을까..생각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보장 되는 것들이 상당히 많으니까요. 이번 기회에 이런 '소수'의 집단에 속해 보면서 평소에 다수의 입장에서 바라 보았던 많은 수적 열세를 가진 집단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외국인들이라던지 재산이나 직업 때문에 소외 받는 사람들이라던지, 혼자서 살아가고 계신 독거노인분들, 미혼모들, 부모님 없이 자라난 아이들.. 그러한 소수들만의 집단들이 알게 모르게 받게 되는 소외감과 불이익을 가지고 살아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한 것들에 대해 저도 이전에는 생각을 해 본적 조차 없다는 사실에서 다들 비슷한 생각으로 살아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주변에 있는 소수에 속해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들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생각합니다. 나는 절대 그 소수에 속할리 없다고, 그런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던 저였지만, 코로나에 걸리면서 그 '소수'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없고 언젠가 나에게도 그런 일들이 일어 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면 조금 더 생각하고 배려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이런 체험을 해보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진 않네요.. 아프거든요..ㅠㅠ 그냥 제 글을 읽고 아..그럴 수도 있겠네..하면서 가볍게 넘어가 보시기 바랍니다. 아프지 마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아프면 고생입니다..ㅠㅠ 그럼 행복한 주말 되세요~ 제몫까지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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