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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대하여

MBTI 감옥

by 치유의 천사 2022. 10. 21.

신학교에서는 많은 언어를 배웁니다.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 그리고 국어, 영어.. 특히나 라틴어는 지금 사용되지는 않지만 많은 언어의 근간이 되면서 가톨릭 교회의 공식문서가 쓰여지는 언어이니 중요하게 배우죠. 라틴어와 국어는 정말 많이 다릅니다. 그중에서 정말 다른 것 한 가지가 문법이에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문법의 예외사항들이죠.

 

라틴어의 경우에는 하나의 문법을 설명하면 예외사항이 몇 가지 됩니다. 그런데 국어의 경우에는 하나의 문법을 설명하면 밑에 예외사항이 다섯줄이 나옵니다. 가끔 이게 원칙이 있기는 한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문법보다 예외를 외우는게 더 어려우니까요..

 

하루는 국어 교수님께서 라틴어와 국어가 왜 그렇게 다른지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라틴어는 마치 계획도시가 그러하듯 하나의 문법체계를 가지고 거기에 맞추어서 언어를 만든 것이고, 국어는 언어가 있고 사람들이 먼저 사용하던 것을 나중에 특징들을 모아서 그 안에서 법칙을 찾아서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예외가 많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건 어떤 언어가 우월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저 발생이 달랐다는 것이죠. 

 

요즘 MBTI가 참 유행을 하고 있습니다. 자기소개를 하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를 열 때 빠지지 않는 것이 MBTI에 대한 질문들이니까요. 저는 정말로 제 MBTI 그 네글자를 기억을 못하고 있었는데 요즘 '엔프피'라고 불린다는 것을 듣고는 간신히 네글자는 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글자 하나하나가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죠. 

 

이렇게 화제의 중심에 있을수록 누군가는 이것 때문에 상처를 받는 사람들도 생겨납니다. '너는 ENFP라면서 왜 그렇게 소극적이니? 너는 검사 다시해봐야돼 니가 절대 E 일리 없어!' 라는 등의, 자신의 MBTI와 다른 듯한 행동을 했을 때 '너는 그러면 안된다'며 그 사람의 존재를 MBTI라는 틀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게 하죠. 그리고 그 특징과 다른 말과 행동을 하면 그것을 '틀렸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말들에 상처를 받죠. 그런데 정말로 그런가요?

 

MBTI는 라틴어와 같을까요? 아니면 국어와 같을까요? 다시말해서 인간이 MBTI라는 틀에 맞추어서 만들어 졌을 까요? 아니면 많은 인간들이 먼저 있었고 그 특징들을 분류하다보니 MBTI가 나온 걸까요? 당연히 후자 일 겁니다. 제가 믿는 천주교적으로 표현을 하자면 하느님께서 인간을 만드실 때 얘는 ENFP로 쟤는 INTP로 만들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그냥 이 세상에는 정말로 다양하고 고유한 개인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특징별로 정리하다 보니 이렇게 분류한 것이겠죠. 마치 먼저 사용되던 언어를 특징별로 묶어서 만든 국어 문법처럼 말이죠.

 

그러니 우리는 각자의 모습중 MBTI에서 벗어난 '예외규정'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국어의 겹받침의 발음법만 해도 많은 예외가 있습니다. 하물며 우주를 안에 담고 있다고 하는 인간을 고작 네글자로 정리했는데 거기에 예외 사항들이 없겠어요? 없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겠죠. 그러니 우리 MBTI를 그 사람을 이해하는 하나의 수단정도로 생각을 하되 너무 몰입하지는 않으면 좋겠습니다. 더군다나 그걸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이런 '도구'들은 인간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때만 그 가치를 더 하는 법이니까요. 관계를 해치고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면 차라리 없는게 나을 겁니다.

 

그러면 우리 MBTI를 통해서 다른 이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풍요로움을 느끼며 관계를 열어가는 따뜻한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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