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자취를 할 때 였습니다. 저는 원룸에서 자취를 했는데 고양이를 집에서 키웠습니다. 길 가다가 주먹만한 길냥이가 혼자 울고 있길래 데리고 온 아이였죠. 고양이에 대한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집에 들였지만 엄청 건강하게 잘 자랐습니다. 화장실 모래 안 갈아 줬다고 바닥에 모래를 뿌려대고, 아침 댓바람부터 밥 내 놓으라고 이불밖으로 나와 있는 손가락 발가락을 깨물며 시위하던 고양이였습니다. 겁은 많아서 집에 누가 오면 숨어서 나오지도 않았죠. 그렇게 고양이와 투닥거리며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근데 부모님께서는 모르고 계셨죠. 처음에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고 이야기 하면서 제 고양이에 대해 엄청나게 포장을 했습니다. 귀엽고, 말도 잘 듣고, 화장실도 잘 가린다고 말이죠. 단점은 쏙 빼 놓은 채 장점만 부각시키면서 부모님도 납득하실수 있도록 설득했죠. 물론.. 장점을 조금 부풀린 면도 있고, 단점을 이야기 안 한 부분도 있었지만, 저는 제 고양이가 다른 사람에게 미움받는 게 싫었습니다. 맨날 투닥거려도 품에 안겨서 그릉그릉 하는 제가 사랑하는 고양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저는 부모님을 가스라이팅 했고, 부모님은 제 고양이를 본 적도 없으시지만 좋은 이미지는 가지고 계셨죠.
우리는 누군가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최대한 좋게 이야기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좋게 봐주길 바래서겠죠. 나에게 소중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 나쁘게 받아들여진다면 슬프지 않나요? 그래서 최대한 포장을 하고 좋은 점을 부각시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좋아하게 만들죠.
우리가 친절하다고 하는 건 이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친절을 베풀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요? 저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아하시겠죠.. 친절은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인데 나를 사랑하는 거라니? 다른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은 어디에 중심이 있냐에 따라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어요. 하나는 다른 사람을 나보다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나오는 친절, 그리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오는 친절이 있을 수 있죠.
나에 대한 사랑 없이 단지 다른 사람을 나보다 중요시 해서 베푸는 친절은 나를 고갈시킵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다른 사람이 나를 싫어할 까봐 나를 깎아가며 베푸는 친절은 나를 힘들게 하고 오히려 예민하게 하며, 다른 사람들이 나를 쉽게 보고 함부로 대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친절은 조금 다릅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베푸는 친절은 다른 사람에게 미움 받을까 겁나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나'를 다른 사람들이 좋게 봐주길 원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겁니다. 무슨 차이냐고요? 친절의 중심이 '나'에게 있다면 만약 누군가가 나를 쉽게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그걸 그냥 놔두지 않습니다. 내가 친절을 베푸는 건 내가 사랑하는 '나'를 존중해줬으면 하는 마음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이 나는 걸 두고 볼 수 없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부류의 친절은 쉽게 고갈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를 진정 사랑한다는 것은 이기적인 것과는 다릅니다. 내가 사랑하는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욕먹는 걸 좋아할 리 없잖아요? 다른 사람에 대한 이기적인 행동은 역설적으로 '결핍'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나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면,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목을 매게 되고 그러려면 다른 사람들을 깎아 내리는 것이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른 사람의 평판을 깎고, 이득을 빼앗고 하는 경우들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합니다. '나는 진짜 내가 좋은가?''내가 지금 베푸는 친절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것을 말이죠. 누군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친절은 내 마음의 여유로움으로 부터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베푼 친절에 돌아오는 반응에 집착한다면 그건 여유가 없다는 것을 말하죠. 반대로 내가 베푼 친절에 상대가 별로 고마워 하는 반응이 없더라도 별로 실망스럽지 않고 그런 친절을 베푼 내가 더 좋아진다면 그건 나에 대한 사랑에서 온 것이라 할 수 있겠죠.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잘 포장하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나'를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게 할 수 있는 자존감 높고 여유로운 사람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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