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톨릭 신학교를 다닐 때 이야기 입니다. 신학교도 대학교인지라 졸업하기 위해서 써야 했던 것이 '졸업논문' 이었죠. 다들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씁니다. 가톨릭의 역사라던지, 어떤 교리에 대해 쓰거나 하면서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해 논문을 쓰죠. 그 중에 저는 구마사제에 대한 논문을 썼습니다. 정확하게 제목이 "한국 가톨릭 교회에서 구마사제 양성의 필요성 고찰" 이었을 겁니다. 대개 졸업논문의 경우 자신의 말로 쓴다기 보다 이미 나와있는 논문들을 재료삼아 나의 주제를 뒷받침할 만한 내용들을 추려 작성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가톨릭에는 구마사제에 대한 논문이 없더군요. 그래서 한글이나 영어로 된 다양한 가톨릭 서적이나 영어로 된 논문을 참고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료를 모으는게 쉽지 않아 다들 만류했지만 제가 또 생각보다 똘끼가 있어.. 하고싶은 건 해야 해서..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구마사제를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가톨릭에는 많은 예식서들이 있습니다. 혼인이나 세례등의 예식을 진행함에 있어 안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찌보면 대본(?)이라고 할 수 있죠. 말 해야 하는 것들과 신부님들이 해야 할 손짓이나 행동까지 적혀있으니까요. 그리고 구마예식서도 있습니다. 거기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지요. 악마들렸다고 결정 내리기까지는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합니다. 신부님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과 의사나 여러 조력자들이 팀을 이루어 정신병 등 다른 모든 것들이 배제 된 후 조심스럽게 결정하게 되죠. 그리고 몇가지 특징 또한 기술합니다. 인간의 힘으로 알 수 없는 것들을 알고 있다던지 하는 것 말이죠. 어떤 14살 짜리 소녀가 고대 수메르어로 이야기 한 케이스를 한 논문에서 보았습니다. 그 소녀와 대화하려고 한 수도원의 고대 언어를 전공한 수사님을 모셔갔다는 이야기였죠. 뭐.. 성물에 대한 거부감은 익히 알려진 것이니 말할필요도 없겠죠.
이렇듯 가톨릭에서 악마의 존재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뭐 아직 이런저런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교황청에서는 악마의 존재를 인정하기에 구마사제를 양성하는 세미나를 공식적으로 열어 구마사제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황님도 악마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도 하시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번개를 신의 무기라고 무서워 하던 옛날에야 악마라고 겁을 주는게 통하겠지만 지금 화성으로 우주선을 쏘는 마당에 악마가 왠말이냐고 말이죠. 그러면서 악마라는 건 그냥 나쁜 것들에 대한 은유나 비유 같은거라며 없는 존재라고 비웃습니다.
일단 제가 악마를 본적은 물론 없습니다. 보고싶지도 않고요. 하지만 논문을 쓰면서 가장 와 닿았던 문구중에 하나는 '악마는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믿지 않기를 원한다.' 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그 문구를 봤을 때는 의문이 들었어요. "왜지? 악마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면 더 두려워 할테니 좋아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이죠. 하지만 그 뒤의 설명을 듣고는 납득 했습니다. '사람들은 믿지 않는 존재에 대해서는 대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죠. 악마라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악마에게 대항하기 위해 구마사제를 양성하거나 미사에 참례하거나 기도를 하지는 않을테니까요. 그렇게 대비하지 않는 무방비한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오는 게 더 쉽다는 이야기겠죠. 그 문구를 보고 제가 논문 주제를 정한것도 있습니다. 조금 더 알리고 싶었죠.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대비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이건 우리가 살아가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굳이 악마의 이야기나 종교적인 이야기가 아니더라도요 우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대비할 생각도 하지 않는 다는 것을 말이죠. 우리 마음안의 상처나 부족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자신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정말로 중요해요. 내 안에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에 대한 치유와 위로는 이루어 질 수 없어요. 믿지도 않는 악마를 대비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처럼 내 안에 없다고 생각하는 상처를 치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죠. 그러니까 먼저 자기 안의 상처가 있지 않은지 남들은 알고 있지만 내가 인정하지 않는 나의 부족함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아야 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에 대한 대비와 치유는 그 다음 문제에요.
오늘은 일단 자신에게 가장 상처가 되는 말이 뭔지를 생각해보고, 혹시 그것과 관련해서 예전에 무슨 사건들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는건 어떨까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반복적으로 듣는 이야기이지만 나는 인정할 수 없는 나의 부족함에 대한 것도 한번 생각해 보죠. 그건 정말로 힘든 일입니다. 지금껏 악마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무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믿으라고 한다면 머리는 믿으려 해도 마음이 따라가질 못하겠죠. 우리의 부족함도 마찬가지에요. 지금껏 애써 회피하고 살았던 것을 하루아침에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란 불가능 합니다.
그러니까요.. 일단은 찾아서 마주보기라도 하는 것을 목표로 해보죠. 일단 마음으로 인정하게 되면 그 때 부터 변화는 저절로 일어날 것이고, 치유도 일어날 테니까요. 여드름 생각해 보세요. 터지지 않고 곪기만 할 때 어찌할 수 없이 아프지만 일단 터지고 나면 의학용어로 '배농'이 되고 나면 염증이 가라앉고 통증도 가라 앉으니까요. 그러니까 일단 나의 부족함을 찾고 부족하다고 인정하는 것까지'만' 목표로 해보도록 하죠. 그렇게 해서 다들 한 단계 성장하고 조금 더 여유로워 져서 다른 사람들을 품어줄 수 있는 영리한 호구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화이팅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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