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않기
우리는 흔히들 다른 사람을 판단하곤 한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살지? 더 열심히 살지 못하고 저렇게 답답하게 살까?
저 아이는 왜 저렇게 못된 짓만 골라서 하지? 저렇게 문제만 일으키는 건 저 아이 문제 아냐?
라고 말이다.
이러한 것들은 문제상황에서 더욱 심해진다.
한 아이가 반복되는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해보자.
몇 번 혼내고 타일렀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랑 어울리며 술도 먹고 돈도 훔치며
싸움에 휘말리기도 한다.
이 아이들을 생각할 때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저 아이들은 정말 구제불능이네!! 저것들은 태어날 때부터 저렇게 나쁘게 태어났을 거야.
라며 혀를 끌끌 찰 수도 있다.
근데 정말로 그것이 그 아이들만의 잘못일까?
사실 위에서 말한 아이들은 내가 한 때 함께 살던 아이들 이야기이다.
직업학교에서 기숙사 사감으로 일할 때 만난 아이들이다.
직업학교 안에서도 사고를 많이 쳤다. 몇 명 되는 친구들끼리 뭉쳐 다니면서 아이들을 때리기도 했고
술을 마시고 들어오거나 밤에 담배 피우러 나간다고 나갔다가 술 마시고 들어오기도 했다.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건데 왜 얘들은 이렇게 제멋대로 지?
내가 만만해서 그냥 나를 애먹일라고 이러는 건가?라고 온갖 생각을 다 했다.
하지만 아이들과 지내면서 그들도 다른 아이들과 같이 웃고 떠들며 장난치는
평범한 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들을 발견하며 약간은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그렇게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정이 쌓여갈 때쯤..
그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어릴 적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 아이들은 같은 보육원에서 함께 자랐다.
그렇게 보육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맞기도 하였고, 수박을 먹은 후에 투명의자를 시켜놓고
화장실도 못 가게 하는 등, 귀를 의심할 정도로 힘든 상황들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이다.
한 명에게 그 말을 들었으면 거짓말이거나 조그만 것을 부풀렸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3~4명의 아이들이 그 기억을 서로 공유하며
마치 어릴 적 소풍 갔던 이야기를 하는 듯이 깔깔대며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들으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
이런 것들을 마치 좋은 추억인 양 공유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그리고 그 시간들을
자기들끼리 뭉치며 버텨내고 생존해야 했던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어린아이들이 당연히 받아야 하는 사랑과 관심을 못 받는 것으로 모자라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왔다는 것이 화도 나고 슬프기도 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과연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지금 이 아이들보다 잘 살고 있을까?
나는 자신이 없었다. 나였다면 지금까지 살아있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반대로 이 아이들이 내가 자라온 환경에서 자랐다면 지금처럼 '문제아'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고 있을까? 지금의 나 보더 훨씬 나은 삶을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며 그 아이들이 대단해 보였다. 지금까지 살아서 이렇게 나와 대화하고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너무도 대견했다.
그 뒤로 나는 소위 '문제아'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에 대한 시선이 변했다.
지금 그 아이가 사고를 치고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그 아이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 아이가 자라온 환경을 알지 못하고서는 그 아이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다른 사람들이 이 아이들을 보며
문제아라고, 앞으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는 힘들 것이라고 이야기할 때 화가 난다.
당신들이 이 아이들에 대해서 뭘 아냐고, 당신들이 이 아이들 같은 상황에서 자라났어도
지금 그 모습대로 살 수 있겠냐고.. 한 소리 하고 싶다.
물론 그 아이들의 죄는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힘들었던 배경을 무시한 채 그 아이들의 잘못으로만, 그 아이들의
책임으로만 넘겨 버리는 것은 그 아이들 입장에서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이 아이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다.
그 환경 속에서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랄 수도 있다.
이것은 어찌 보면 복불복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지금 저 사람들보다 잘살고 있는 것은
내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내가 좋은 환경에서 자라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대할 때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 맘에 들지 않는 그 사람도 삶을 살아오면서 힘들었을 것이고,
지금의 그 성격을 가지게 된 환경적인 이유도 무시 못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 이제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그만두자.
그 사람의 환경에서 자라났으면 나는 그 삶보다도 더 못한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을 볼 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리하여 그 사람의 역사를 알지 않고는 함부로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그 상황이었으면 과연 더 나은 삶을 살았을까?라는 의문을 마음에 품고
지금 나름의 삶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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