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당직을 서고 월요일 근무를 하고 36시간만에 퇴근을 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할일들이 이것저것 떠올랐죠. 인스타에 글도 써야 했고, 유튜브 영상도 만들어야 했고, 브런치에 글도 안올렸고..하지만 일을 하고 집에 와보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습니다. 그렇게 컴퓨터를 켜고 고스트와이어라는 게임을 하다가 늘어져서 밥을 먹으며 넷플릭스를 보다가 대충 치우고 뭐를 하지..하고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VR이 눈에 띄더군요. 아무생각 없이 뒤집어쓰고 비트세이버를 켰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좋아하는 노래인 K/DA의 POP/STAR 라는 곡을 선택했고, Expert+ 라는 최고 난이도를 선택하고는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게임 오버가 되었습니다.
비트세이버라는 게임은 VR을 뒤집어쓰고 양 손에 광선검을 들고 노래에 맞춰 날아오는 상자들을 리듬에 맞춰 화살표 방향으로 자르면 되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난이도가 높으면.. 예전에 '펌프'라는 발판 밟는 리듬게임을 하면서 속절없이 올라오는 화살표들을 따라가겠다고 발버둥치다가 과부하 걸려 멍하니 바라보다가 끝나는 느낌과 비슷한 느낌을 받으며 게임오버가 됩니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끝나버리고 연습모드로 들어갔죠. 그리고는 속도를 60%로 해놓고 시작했습니다. 도저히 노래가 늘어져서 뭔 노래인지는 알수 없지만 상자들이 그나마 좀 보이게 날아옵니다. 그렇게 어렵게 성공을 하고 다음은 70%로 설정하고 다시한번 휘적휘적거립니다. 계속 실패를 하지만 뭔가 한번 더 할수록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성취감에 숨을 몰아쉬면서까지 합니다. 집에 다른 사람이 없어서 망정이죠....
그러다가 VR이 밧데리가 다된 탓에 충전시키려 잠시 벗었습니다. 그런데 온몸에 왠 땀이..입고있던 티셔츠가 다 젖을 정도로 본의아니게 운동을 했더라고요. 저는 땀흘리는 것을 싫어합니다. 찝찝하기도 하고 옷도 갈아입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게임을 하는 도중에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어디로 가고 그 전에 어떤 것을 놓쳐서 게임오버가 되었는지를 생각하고는 시간 지체할 것 없이 다시시작을 누르기를 반복했던 것이죠. 힘들다는 생각을 접어두었고 잠깐 했다고 생각했는데 1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땀흘리기를 싫어하는 제가 한시간이나 그러고 있었더라고요..
그러면서 생각난 말이 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요즘 병원에서 2년차가 되어 중환자실을 맡게되니 너무 정신이 없어서 하루가 어떻게 갔는 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근무가 시작되면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일이 몰려들거든요. 환자 한 분이 안 좋아 지기라도 하면 그 날 하루는 정말로 시간이 훌쩍 가버립니다. 제가 맡은 환자가 안 좋아진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으면 저는 불평을 하거나 한발짝 물러나기 보다는 어쩔수 없이 그 상황에 뛰어듭니다. 제가 책임감이 있거나 착해서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럴 겁니다. 나중에 책임질 것 까지 생각을 하게 된다면 말이죠. 만약에 그 상황에서 계속 일을 미루고 한발짝 물러나려고 하면 불안해하면서 시간만 보내는 의미없는 시간이 될겁니다. 더군다나 그럴 때는 시간도 잘 가지 않죠. 하지만 그냥 몰두하고 나면 하다못해 시간이라도 훌쩍 가 있고, 일은 해결되고 그 일로 얻게 되는 보상들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상황들이 나에게 주어졌을 때 거기에 몰두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정말로 피하고 싶은 상황일지라도요 그 상황에 몰두하고 상황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적어도 그 고통스런 시간이 빨리 가긴 합니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얻게되는 보상도 있지요. 예를 들면 적극적이라는 이미지나 책임감 있다는 이미지 같은 것들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요. 뭔가 미루고 싶고, 피하고 싶은 일들이 다가올 때 오히려 그 상황에 나를 들이밀어 보는 건 어떨까요? 불안에 떨며 가지도 않는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기 보다 좀 더 주체적으로 달려들어보는 겁니다. 이건 처음이 어렵습니다. 일단 나를 떠밀어 그 상황이 시작되면 발판을 지나 점프한 번지점프처럼, 생각할 시간 없이 바로 '다시하기'를 누르는 VR게임처럼 그 사건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릴 껍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다시 생각해 보면 이건 우리가 좀 더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가지라는 이야기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피하고 싶은 그 순간을 맞아들이는 나의 현명한 자세를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요? 처음의 그 한발을 눈 딱감고 뛰어보세요. 그렇게 나를 그 상황에 들이미는 적극적인 자세가 나를 좀 더 책임감 있고, 성실하며 여러 능력을 갖춘 나로 만들어 주게 될 겁니다. 물론 이걸 생각하고 글로 쓰는 저도 아직 그 정도 경지는 못됩니다. 피하고 싶죠. 모른척 하고 싶고.. 하지만 이런 방법이 더 좋을 것이라는 것을 같이 생각해보고요 함께 나아가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피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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