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휴에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정말로 아무 계획 없이 전날 당직을 서고 아침에 기차표를 예매하고 숙소도 잡지 않은 채 무작정 출발했죠. 요즘 너무 얌전히 살아서 가끔 이렇게 똘끼를 발산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부산 가는 열차 안에서 숙소를..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고 예매를 하고, 부산역에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어디가지..하고 잠시 멍때리다가 뚜벅이들을 위한 여행안내소가 있어서 들어갔습니다. 부산에 갈맷길이라는 곳을 안내 해 주는 곳이었죠. 덕분에 제 숙소가 '엄궁'이라는 관광지와는 거리거 먼 곳이라는 정보를 얻었고, 그런데 그 주변에 낙동강이 있어서 갈맷길이 잘 연결 되어 있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부산역 주변 맛집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셨죠.
다음날 광장시장에 들렀습니다. 맛집이 여러군데 있는 것을 유튜브에서 봤기 때문에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었죠. 먼저 국밥으로 유명한 집을 찾아갔는데..사람이 너무 많아 두번째로 유명한데로 갔습니다. 거기는 다행히 웨이팅 없이 먹을 수 있었죠. 조금 지나니 거기도 사람이 바글바글 했지만요. 그렇게 먹고 비빔당면을 먹으러 갔습니다. 하나 간과한 것이....비빔당면도 식사더라고요. 양이 꽤 많았는데 저는 간식정도만 생각하고 갔던터라 꽤 배가 불렀죠. 하지만 제겐 치킨과 떡볶이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가보니까 문을 닫았더군요. 물론 거기까지 간 김에 맛을 봤다면 좋았겠지만, 못 먹은 것에 대한 큰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배가 불렀음에도 그 음식들을 봤다면 왠지 무리를 해서라도 먹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치킨과 떡볶이는 여기서도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데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가 생각 났습니다. 여우가 포도밭에 들어가서 먹음직 스러운 포도를 보고 점프를 뛰고 난리를 쳤지만 너무 높이 매달려있는 포도들을 따먹지 못하자 실망하고 돌아서며 '어차피 저 포도는 신 포도였을꺼야..'라고 했다는 이야기죠. 저는 지금까지 그 여우의 모습이 부정적인 것이라 느끼고 있었습니다. 왠지 이야기가 여우의 자기합리화를 비웃는 것 같았죠. 그런데 그 모습이 제 모습과 겹쳐보였습니다. 떡볶이집 문이 닫혀있자 떡볶이가 뭐 다르겠어..라고 돌아선 제 모습과 말이죠.
그런데 저는 제 모습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거기에 매달려서 계속 아쉬워하면서 앞으로의 시간들에 영향을 주는 것이 더 안 좋지 않을까요? 우리가 학생 때 영어 듣기평가를 할 때 생각해 보세요. 첫번째 문제를 설령 못풀었더라도 다음 문제는 풀어야 합니다. 첫문제를 못풀었다는 당혹감을 떨치지 못하면 결국 그게 뒷 문제들까지 영향을 줘서 다 망칠 수 있으니까요. 못 푼 문제는 쿨하게 잊고 지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오히려 후회를 덜 남기는 법이죠. 신포도를 포기하면서 자기만의 이유를 찾은 그 여우는 오히려 다른 먹이를 찾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저는 여우와 신포도에서의 '여우'의 삶의 자세를 비웃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배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들이 생기죠. 이번 여행에서 떡볶이집이랑 치킨집이 문을 닫은 것이 제 잘못인가요? 그렇게 내 잘못도 아닌데 굳이 그걸 끌어안고 문제거리 삼으면, 남은 시간마저 짜증으로 물들 수 있습니다. 특히나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그 사람의 시간까지도 짜증으로 물들일 수 있겠죠. 그래서 어쩔수 없는 문제들은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필요하다면 자신만의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말이죠.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안되겠죠..^^;;) 이렇게 앞으로 포도를 포기하면서 '신포도'라는 자신만의 이유를 만든 여우의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우리가 되고, 그래서 조금은 더 삶에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꿀같은 연휴가 끝났네요. 다들 힘내시고~!! 그래도 평소보다 하루 덜 일해도 주말이 오니.. 모두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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