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병원 근무가 끝나고 같이 일하는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메뉴는 언제나 옳은 삼겹살이었죠. 게다가 솥뚜껑 삼겹살!! 저번에 먹었는데 정말로 맛있었다면서 강추를 해서 따라간 곳이었죠. 갔는데 정말로 조그마한 허름한 집이었습니다. 테이블이 6개 밖에 없는 정말 동네 고깃집이었죠. 어떻게 이런데를 찾았나 싶을 정도였죠. 여길 추천한 친구가 말하기를 여기는 같이 나오는 김치가 대박이랍니다.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주문을 했습니다.
삼겹살이 나오고 콩나물과 파절이, 갓김치, 쌈야채 그리고 마지막으로 묵은지가 나왔습니다. 솔직하게 저는 묵은지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차라리 약간은 달콤함이 배어 나오는 생배추 느낌의 겉절이가 더 좋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칭찬을 했던 묵은지였으니 나오자마자 작은 조각 하나를 들어 입에 넣었습니다. 입에 맞지 않을 꺼라 생각하고 어느정도 맛있는 척을 할 준비를 하고 입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묵은지를 만만하게 보고 있었던 겁니다. 입에 넣고 살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맛있다고 말하겠다는 무의식중의 계획을 하고 입에 넣었건만.. 입안에서 휘몰아치는 신맛에 표정을 숨길수가 없었습니다. 온 안면근육들이 '신맛'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요동을 쳤거든요. 맛있다고 말해야 할 입은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을 삼키고 그 뒤에 남은 신맛을 처리하느라 어떤 말도 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생각했죠.. '망했다..'
그리고는 파절이를 맛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새콤달콤한 소스에 버무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파를 참기름 같은 거에 버무리고 고추가루 조금 뿌리고 간도 안되어 있는 심심한 맛이었습니다. 여기서 또 한번 실망했습니다. 저는 초딩입맛이라 새콤달콤한게 좋거든요. 그렇게 반 정도는 기대를 접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습니다.
커다란 솥뚜껑 한 가득 고기와 김치와 콩나물을 얹어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고기가 익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한 입을 먹었죠. 상추에 파절이를 넣고 고기를 넣고 구워진 묵은지를 올리고 쌈을 크게 하나 싸서 먹었습니다. 그런데 머릿속에 의문이 가득 들었죠. '응..? 왜 맛있지..?' 상추에 함께 들어간, 아까 심심해서 실망했던 파절이는 고소함과 식감으로 묵은지의 자극적인 맛을 한층 줄여주었고, 아까 먹고서 인상을 찌푸렸던 묵은지는 삼겹살 기름에 구워지면서 고소함으로 조금 바뀌고 나머지 자극적인 맛은 파절이와 야채가 감싸주면서 아주 적절한 만큼의 자극으로 입맛을 자극하고 있었죠.
뭐 잔뜩 표현했지만 결국 같이 쌈을 싸먹으니 세상 별미가 탄생했다는 겁니다. 분명 하나하나 맛 보았을 때는 실망했던 맛들인데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지니 정말로 입맛을 사로잡더군요. 그래서 고기를 정신없이 먹고 더 시켜서 먹고는 부른 배를 두드리며 가게를 나섰죠. 다음에 또 와서 먹어야겠다는 결심을 세우고는 말이죠.
우리의 인생도 비슷한 일들이 있지 않나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정말로 많은 일들이 있어요. 그리고 그 일들이 모두 내 입맛에 맞지는 않습니다. 어떤 때는 파절이 마냥 너무 심심해서 마치 시간을 낭비한 것 같은 시간들도 있을 것이고, 어떤 때는 삼겹살과 같이 최고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죠. 그리고 어느 때는 눈살을 찌푸리고 눈물이 날 정도로 신맛을 가진 묵은지처럼 나를 힘들게 하고 상처를 주는 시간들도 있을 겁니다. 그 사건들, 시간들 하나하나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뭐 이런 식당이 다 있어~!! 라고 말하듯 "뭐 이런 인생이 다 있어~!!"라며 실망할 수 밖에 없을 거에요. 그렇게 매순간 어떤때는 기뻐했다가 또 금방 슬퍼하고 무기력해지고..그렇게 조금은 불안정하게 살아가겠죠.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삶을 좀 더 전체적으로 봐야할 필요가 있어요. 하나하나 보면 별 볼일 없는 음식들이 하나의 쌈으로 합쳐지면서 최고의 맛을 내게 되었듯이요, 내 인생의 제멋대로인 시간들과 사건들이 "내 인생"이라는 쌈 안에서 합쳐지면 내가 머리로는 계산하지 못할 천하진미가 탄생할테니 말이죠. 아직은 지금 겪고 있는 묵은지 같은 시간들이 야속하고 힘들기만 할 수도 있어요. 왜 내 인생은 이리 힘들기만 한지 원망스럽기도 하겠죠. 하지만 지금 겪고 있는 시간들이 앞으로 나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한번 생각해 주세요. 아직 내 인생은 쌈을 싸지 않았어요. 지금은 가혹하리만큼 신맛을 내는 시간들이지만 멀지 않은 미래, 언젠가 쌈으로 싸여 삶의 다른 시간들과 섞일 때 과연 어떤 진미를 엮어낼 지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가 살면서 겪는 많은 사건들, 시간들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좀 더 멀리 보면서 뒷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조금 더 여유롭게 다른 이들을 품어주는 영리한 호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 오늘도 정말로 수고 많으셨어요. 한주를 시작했으니 벌써 반이나 왔네요~!! (세상에..말하면서 힘이 빠지네요..ㅡ,.ㅡ;;주말 왜 안오냐..) 다들 힘 내시고 앞으로의 일들을 기대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다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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