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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돌보기

여행의 시작은 목적지가 아닌 출발지

by 치유의 천사 2022. 7. 9.

오랜만에 토, 일 주말을 모두 쉬는 투오프날이었습니다. 한달에 한번 정도 있는 투오프에는 어딘가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죠. 그래서 강원도 양양으로 떠났습니다. 계획이요? 물론 없었죠. 단지 양양에서 서핑을 배워 보겠다는 한 가지 목표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숙소도 전날 당직서다가 새벽 3시에 부랴부랴 예약했죠. 그리고 오후 3시 30분에 인구해변의 서핑샾에서 강습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계획을 세웠는데 기차표가 있을리 만무했죠. 어쩔 수 없이 제 차를 가지고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왠만하면 장거리 운전은 싫어하는데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죠. 

 

역시나 강원도로 가는 길을 차가 엄청 막혔습니다. 5시간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네요. 물론 처음에는 짜증이 났습니다. 가뜩이나 1박2일밖에 안 되어서 시간도 없는데 도로에서 시간을 다 버리게 되었으니 말이죠. 빨리 강원도에 가서 맛있는것도 먹고 여행을 시작하고 싶었는데 길거리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혼자 투덜투덜 대다가 갑자기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내 여행은 이미 시작한거 아닌가?'라는 생각이었죠. 생각해 보니 제 여행은 집 문 밖을 나서면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일상의 삶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한 여행이라는 것은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선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었던 것이죠. 그렇게보면 도로를 달리는 이 시간도 내 여행의 일부분인데 왜 나는 이 시간은 즐기지 못하고 도로위에서의 시간을 '버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밀리던 도로위에서도 짜증이 덜 났습니다. 그 또한 내 여행의 한 순간이었으니까요. 오히려 가다가 휴게소란 휴게소는 다 들어가고, 대관령을 넘어가며 전망대에도 가보면서 그 시간들을 충분히 즐겼습니다. 차가 막힐때는 노래를 틀고 따라 부르다가, 휴게소에서 샀던 닭껍데기 튀김을 먹기도 하고,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살면서 놓쳤던 생각할 꺼리들을 끄집어 내어서 글쓸거리를 정리하는 시간도 되었죠. 그렇게 제게 주어진 1박2일이라는 여행을 좀 더 길게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저는 거의 11시간에 가까운 여행을 짜증으로 버릴 뻔 했는데 말이죠. 

 

우리는 흔히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면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도달하기 까지의 시간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느끼죠. 물론 그것도 맞지만, 그 과정까지를 여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길고 풍성한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생각보다 목적이로 향하는 길에서 생기는 추억거리나 경험들도 많습니다. 그것들을 버린다면 그 여행이 너무 아깝지 않을까요?

 

우리가 하나의 게임을 얼마나 빨리 깨는지 기록을 재고 순위를 매기는 것을 '스피드런'이라고 합니다. 스피드런은 말 그대로 최단 루트를 짜서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목표죠. 그러다보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스토리를 무시하고 진행하게 됩니다. 캐릭터들간의 대화, 마을에서 마을로의 이동, 몬스터들과의 전투 등 피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피하고, skip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skip 하며 엔딩만을 위해 달려가게 됩니다. 

 

이걸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은 당연히 그 게임을 수십번 한 분들이라 스토리를 잘 알고 그렇게 진행하겠지만, 스피드 런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어려운 게임을 그렇게 빨리 깰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할 뿐 그 게임의 스토리는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 게임을 온전히 즐겼다고 이야기 할 수 없겠죠. 그 게임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어떤 배경 스토리가 있는지, 캐릭터들 간의 관계나 평원을 지나갈 때 풍경이 얼마나 멋진지 등을 천천히 즐기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게임의 시작은 엔딩을 보면서부터가 아니라 게임을 켰을때 부터이니 말이죠.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목표들을 세웁니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다음 목표를 설정하죠. 그런데 우리는 목표를 최단시간에 이루려고 다른 것에는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빨리 목표를 달성하는 것만을 생각하면서 그 과정이 길어지면 스트레스를 받지요. 그러다 보면 그런 사람들의 삶에는 목표를 이룬 순간만이 남게 될 겁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추억이 있고, 힘들었던 것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서 어떤 것들을 배웠는지 말이죠. 우리에게 목표를 이룬 순간만이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서글플껍니다. 1박2일 밖에 없는 휴일에 이동시간 11시간을 버렸다고 생각하면 너무 서글퍼지는 것 처럼 말이죠.

 

우리가 목표까지 도달하는 과정까지도 의미를 찾아 낸다면 설사 우리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 시간이 모두 버려지는 것은 아니게 될 겁니다. 처음 설정한 목표는 채우지 못했더라도 부수적으로 얻어가는 것들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그러면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스트레스를 조금은 내려 놓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에게 삶은 목표의 성공과 실패라는 흑백티비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오는 형형색색의 경험으로 채우는 OLED와 같은 것이니까요.

 

그러니까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조금 더 소중하게 생각해 보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자신이 패배자라는 생각으로 우울해 하지 말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것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보고 거기서 의미를 발견하면서 실패를 통해서도 자신의 삶을 채색할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매 순간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즐거운 주말 어떤 일들이 있을 지 기대해 보도록 하죠. 비록 저는 당직이지만요..ㅠㅠ(당직에도..의미가 ..있겠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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