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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돌보기

편애 좀 하면 안돼?

by 치유의 천사 2023. 8. 24.

 수도원에서 살 때의 이야기입니다. 저희 수도원은 청소년과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었고, 또 함께 살아가는 형제들과의 '형제애'를 중요하게 여겼던 곳입니다. 그래서 수도원 안에서 아이들에게나 형제들에게나 공평한 사랑이 중요한 미덕이 되었고, 편애를 굉장히 멀리해야 하는 것 중 하나로 여기고 있었죠. 그도 그럴 것이 수도자와 사제는 하느님께 자신의 삶을 봉헌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가지고 있는데.. 편애를 한다는 말은 상대적으로 소외 받아 상처받는 누군가가 생긴다는 이야기가 되니 멀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애정을 더 주면 그만큼 누군가는 소외당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그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살다보면 나와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이 있고, 또 나와 다르긴 한데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나에게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사람과 나를 무시하거나 불편해 하는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기는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런 공평한 사랑을 주어야 하는 것이 이상적인 수도자의 모습이니 그러고자 노력했고, 그것이 힘들어질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 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나의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 그건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그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면 그 누구와도 가까워 지지 못하고 거리를 유지하게 되었거든요. 그러니 그걸 이겨내고 사람들을 공평하게 사랑하고자 하는 수도자들의 삶이 더 대단한 거겠죠.

 

 하지만 저는 이제 수도원을 나와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형제애라는 이름으로 묶인 공동체도 없고 공평하게 살아야 한다는 의무도 없죠. 그렇게 속세로 나와 삶을 살아가지만 가끔은 수도원 안에서처럼 공평한 사랑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놀랄 때가 있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더 친절을 베풀고 누군가에게 더 배려를 해줄 때 섭섭해 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섭섭해 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눈치를 보고 있는 저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마다 생각하죠. 진짜 그래야 하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노력할 수 있는 총량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적인 시간도 그렇지만 나의 에너지 자체가 정해져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 중에 누구에게 얼마나 더 에너지를 쏟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똑같이 쏟는다면 5명에게 쏟는 것보다 100명에게 쏟을 때 한명에게 쏟는 에너지가 적어지겠죠. 결국은 그 분배는 내가 결정하는 것 아닐까요? 친해지고 싶고 마음에 드는 사람 나와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더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직 그런 적은 없지만 누군가가 제게 왜 쟤만 잘해주냐고 섭섭함을 표시한다면 저는 '그럼 내 마음을 끌려고 니가 더 노력해야지.' 라고 말해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섭섭해 할까봐 제가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저 자신에게 묻곤 하죠. "내가 왜 똑같이 잘해줘야 해?"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답으로는 '다른 사람이 섭섭해 하니까..'밖에 없습니다.  그럼 다시 묻죠. '다른 모든 사람이 섭섭하지 않게 내가 행동해야 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물음에 '당연하지'라는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안 그래도 돼.'라는 대답이 나오죠.

 

 깊은 관계를 가지고 마음이 통하며 같이 있으면 아무 말 안해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 서로 잘 알고 있어서 할 수 있는 말을 고르지 않아도 되는 사람.. 그런 관계가 몇명만 있어도 내 삶이 굉장히 윤택해 집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그런 관계를 만드는데는 정말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것을 말이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에게 실망도 하고 다시 가까워 졌다가 하길 수없이 반복하면서 관계는 더 단단해 지거든요. 그런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 눈치보느라 그런 관계를 만들 수 없다면, 그런 인생의 선물을 얻을 수 없게 된다면.. 그 원망은 누구에게 할껀가요? 다른 사람이 책임져 줄 수 있나요? 그렇게 공평하지 못하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내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 사람일까요?

 

 내가 누구에게 잘해줄지, 더 신경을 쓸지는 내가 결정하면 됩니다. 하지만 아시죠?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을 다 끊어 버리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절대로 나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가 없거든요. 기본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되 내가 가까워 지고 노력할 사람은 내가 정하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대해야 하나?'에 대해서 다른 사람을 설득할 답변을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자신이 납득할 만한 대답은 준비하고 있어야 하죠. 나에게 하는 답을 생각해서 정해두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릴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쉽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심지가 굳은 사람, 이런 사람은 자신이 납득할 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 자신의 원하는 관계를 만들며 인생의 선물과 함께 해 나갈 때 우리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여유롭고 따뜻한 마음으로 내 에너지의 총량을 조금 늘려서 그런 관계를 하나하나 늘려나가는 우리가 될 수 있으면, 그 선물들과 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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