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때는 쉬기
요즘들어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일 끝나면 쉬는 시간은 정말로 필요하겠다..라는 것이죠.
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원래 7시까지 근무이지만 환자 상태가 안 좋거나 새로운
환자가 조금 늦게 입원을 하거나, 그날 해결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서 퇴근 시간을 지나서 퇴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퇴근을 하고 나서도.. 안 좋은 환자가 있으면 계속 신경이 쓰입니다.
그 환자 퇴근 전에 피검사 결과가 안나와서 확인 못하고 나왔는데..
밤 12시에 나오는 피 검사 결과를 퇴근 하고나서도 마음 졸이며 기다리다가
병동에 전화 걸어서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죠. 피검사 수치가 조금 좋아지면
편히 잠에 들지만, 악화 되는 경우에는 그나마도 잠을 설치는 경우가 있답니다.
퇴근을 하고 나면 내 환자의 상태가 안 좋아질 때 케어해주는 당직이 있는데도
내 환자는 내가 계속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자꾸 걱정하게 되고 자꾸 신경씁니다.
그런데 그렇게 계속 긴장상태에 있다 보면 더 지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잠을 자도 환자 안 좋아지는 꿈을 꿔서 뒤척이다가 아침에 깬다던지
그러고 나면 피로가 남아있는 채로 다시 하루를 시작하고 그 피로와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남아 환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하게 하고 제 표정을 굳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일에 열중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일에 책임감을 가진다는 것은 정말로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나를 쉬지도 못하게 한다면, 그리고 결과적으로
환자분들을 잘 보려는 의도에서 나온 태도가 오히려 저를 환자분들에게서
떨어뜨려 놓는 결과를 내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과 삶을 분리하는 것, 일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할 때 이건 일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하루는 안 좋은 환자분들도 많고, 다음날 준비까지 하느라 10시 정도에 퇴근을 했죠.
그 날은 정말로 너무너무 스트레스가 쌓였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그냥 들어가면 그 기분이 그대로 남아 다음날까지 우울할 것 같아서
오밤중에 차를 몰고 시화나래 휴게소로 뛰었죠. 저희 병원에서 30분정도 차를 몰고 가면
바다 한가운데 있는 휴게소가 하나 있거든요.
예전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랑 발견한 곳이었어요.
거기 도착해서 밥대신에 과자 한봉지와 핫바와 식혜를 사들고 이어폰 꽂고 음악 들으며
바다를 보며 산책을 했습니다.
바다 저쪽에는 공단이 있어서 불이 밝아서 또 멋지거든요..
그렇게 바다를 보면서 불빛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또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이 좀 안정되고 조금은 밝아진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니까 또 다음날은 좀 낫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아..무엇이 되었든 일과 분리되는 시간은 필요하구나..라고 말이죠.
또 한 번은 병원 주변에 알아보니 악기 연습실을 1시간에 5000원에 이용할 수 있길래
가서 두시간 동안 얼후를 연습하고 나니 기분이 또 풀리더라고요.. 얼후가 생각보다
소리가 커서 집에서 연습은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 장소를 발견하고 연습해서 조금
늘었다는 생각이 드니 나름의 성취감으로 스트레스가 풀렸던것 같아요.
우리가 주로 스트레스가 쌓이는건 저의 경우에는 자존감이 떨어질때 그런것 같아요.
환자들이 안 좋아지는 것이 왠지 제가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뭐하는 거지..라고 자존감이 떨어질 때 특히나 그런것 같거든요..
(환자분들이 좋아지면 또 언제그랬냐는 듯이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그래서 거기서 떨어진 자존감을 다른 방면으로 채우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라고 생각해요.
악기를 연습하면서 조금씩 느는 실력을 보면서 자존감을 조금 채운다던지,
밤시간에 바다를 보러 가며 '나는 이정도 행동력을 가지고 있고, 이렇게 시간을 쓸 수 있어.'
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리는 것 같거든요..
다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다를 꺼라고 생각해요. 아직 못찾은 분들도 있을 것이고요..
하지만 이 시간을, 그리고 방법을 소홀히 여기면 안 될 것 같아요.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라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더 상처받기 쉬워지고 그것이
악순환이 되어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일에 대한 책임감도 좋고, 일에대한 열정도 좋지만, 그 일과 분리해서
나의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시간 또한 그 일에 더 열정을 쏟을 수 있게 해주는
부스터 역할을 해 준다는 걸 잊지 않으면 좋겠어요.
이런것들을 깨달아도.. 아마 앞으로도 병원에서 나온다고 그 생각을 싹 비울
수는 없을꺼에요.
하지만 그 날의 스트레스를 떨쳐내는 시간이 다음날 환자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노력해야겠습니다.
다들 이미 잘 하고 계시겠지만요.. 아직도 부족하기만한 저는 사회 초년생(?)
으로 살아가면서 걸음마하는 단계인것 같네요.
혹시 사회생활의 베테랑님들..다른 방법들이 있다면 좀 알려주세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나요??
그리고 그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나요??^^
오늘도 정말 수고 하셨어요.
이제 시작하는 월요일~!! 다들 지치지 말고 화이팅하길, 기쁜일만 가득하길 바래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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