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줄 때..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어릴 적 읽었지만 사막여우밖에
기억이 안나다가 작년인가 영어 강의 시간에 어린왕자 원서로 강의를
들었는데 어릴때 보지 못한 심오한 세계가 펼쳐져 있더군요. 영어실력이
짧아 강의 시간에 진도 앞질러서 해석본을 정독하다가 혼자 울뻔 했네요.
사실 오늘 글을 하나 쓰고 싶었는데 딱히 쓸 것이 없어서 포기하다가
팔로우 해주시고 글 잘 읽었다고 DM 보내주신 보현님과 이야기 하다가
요즘 어린왕자 필사와 낭독을 하신 다는 이야기를 듣고 퍼뜩 생각이나서
글을 씁니다. 좋은 소재 감사해요~!!
어린왕자 하면 제일 먼저 생각 나는 것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일 껍니다.
그리고 어린왕자가 양을 그려달라고 해서 몇개 그려줬는데 다 트집을
잡고 싫다고 하여 상자를 그려주었더니 맘에 들어 했다는 이야기가 있죠.
어린왕자는 그림안의 모습까지도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죠.
우리가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줄 때 이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
했습니다.
다들 그런 경험 있을 껍니다. 누가 고민 상담을 해 달라고 하고 자기
상황에 대해 죽~ 늘어놓았을 때 길을 제시해준다고 충고 몇마디를 하면
오히려 마음 상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대를 마주한 경험 말이죠.
아니 왜 양을 그려달래서 양을 그려 줬는데 자기 맘에 안든다고 난리지..
아니 왜 고민있다고 해서 들어주고 좋은 얘기 해줬는데 반응이 저러지..
비슷하지 않나요?
어린왕자가 원하는 양의 이미지는 확실하게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왕자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제시한 양이 아니라 왕자의 마음에 있는 '그 양'이에요.
내가 아무리 자세하게 사진처럼 정밀묘사를 해준다한들 어린왕자의
마음에 있는, 어린왕자에게 필요한 그 양이 아니라면 싫다고 했을 겁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껍니다. 사람들은 자기 문제에 대해서 답을 알고
있어요. 그리고 대부분 맞아요. 왜냐하면 자기가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상황을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이 하는 충고와 좋은 말은
그 상대에게 만족스럽지 못할겁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답과는
다른,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 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귀찮아서 얼떨결에 했던 주인공의 행동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양이 아니라 상자를 주는 거에요.
상자 안에는 뭐가 들어 있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거기서 자신이 필요한 것들을 봅니다. 어린왕자에게 아무것도 없을때는
아무것도 없는 겁니다. 하지만 어린왕자에게 상자가 생긴다면.. 그건 아무것도
없는게 아니라 내 양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생기는 것이죠. 그리고 그 안에서
내 양을 보면서요.
어쩌면 주인공이 어린왕자에게 준 것은 그저 상자그림이 아니라 왕자가 가지고
있는 이상을 담아줄 그릇이 아니었을까요? 내가 생각하는 구체적인 길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왕자가 가진 꿈을 실현 시킬 수 있도록 지지해 주고 응원
해준것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우리도 다른 이들에게 이렇게 해 봅시다. 누군가가 고민이 있다고 나에게
왔을 때.. 일단 잘 들어주세요. 물론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방법이
수백가지 떠올라서 상대의 말을 끊고 내 답을 제시해 주고 싶더라고 꾸~욱
참으세요. 그건 내 답이지 상대의 답은 아닐꺼에요. 그렇게 이야기를 다 들었으면
물어보세요. 그래서 니가 생각하는 답은 뭐야?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그리고 상대가 자신의 답을 구체화 시킬 수 있게 길만 잡아주세요. 양이 아니라
상자를 준 주인공처럼 말이죠. 그러면 그 상대는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길을
구체화 시키고 그 안에서 올바른 길을 찾아내게 될 겁니다. 그리고는 말하겠죠.
"당신은 정말 고민 해결사군요~!!" 사실 우리가 한 건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고
할 수 있을것이라고 지지해 준 것 밖에 없는데 말이죠..
그렇게 우리 자신의 답을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그들이 자신의 길을
찾아 갈 수 있도록 들어주고 지지해주는, 따뜻한 우리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영리한 호구는 몰라서 답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를 더 배려하고
상대가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것이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가는 '영리한 호구'의 모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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