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에 숨겨진 아픔
얼마전에 전동스케이트 보드를 타다가 손바닥이 까졌다고 말한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꽤 심하게 넘어진 것 치고는 손바닥이 까지기만 하고 부러지거나 삔데가 없다는게 정말로 다행이었죠. 물론 손바닥이 까진 곳은 아무것도 못할만큼 아프긴 했지만요. 그런데 이제 손바닥의 상처가 거의 아물어갑니다. 그런데 요즘들어서 조금씩 느껴지는 것이 손목이 조금 뻐근하다는 겁니다. 확실히 손목을 굽히거나 펼 때 쑤시는 느낌이 있는데, 오늘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면서 확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손목이 불편하긴 하구나.. 아마도 손바닥의 까진 상처가 너~무 아파서 상대적으로 덜 아픈 손목의 통증이 묻혀 있다가 손바닥의 통증이 어느정도 사라지니 깔려있던 손목의 통증이 비로소 느껴지기 시작하는듯 했습니다. 결국 저는 손목도 이미 다쳐 있던 것이었죠. 그냥 더 아픈 손바닥 때문에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습니다.
뭔가 좀 억울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니 손바닥이 좀 나았더니 이제 손목이 아파?' 하고 말이죠. 그래도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작은 통증이 느껴진다는 것은 더 큰 상처와 아픔이 조금은 나아졌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손목의 통증이 새롭게 느껴지는 지금은, 전에 없던 손목의 통증이 새롭게 나타났다는 짜증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더 큰 통증인 손바닥이 거의 나았기 때문이라는 것에 좋아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손목의 통증이 느껴진다고 해서 '하나가 나으니 또 하나가 새로 문제네!' 라는 푸념을 할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손목의 통증이 느껴진다는 것은 어찌보면 두가지 모두 나에게 있던 것인데 더 큰 아픔이 조금은 아물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요. 한마디로 좀 살만해져서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하면 될까요?
우리는 살면서 자신의 트라우마나 나의 약점들을 조금은 받아들이면서 성장해 갑니다. 과거 누군가에게 받았던 상처때문에 힘들어 하다가 조금씩 극복해가기도 하고 너무나 미웠던 누군가를 서서히 용서하면서 내 안의 응어리들을 풀어가기도 하죠. 그런데 항상 일들은 내맘대로 이루어 지지 않습니다.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하면 예전에 몰랐던 나의 또다른 약점이, 또다른 상처가 갑자기 나타나서 나를 '새롭게' 괴롭히거든요. 그렇게 좋아진다고 생각하다가 이런 문제들이 올라오면 절망에 빠지기 쉬워집니다. '그럼 그렇지..내가 뭘 성장하겠어. 이 문제가 지나가도 또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서 괴롭히겠지.. 내가 제대로 해결을 못해서 그런거잖아.' 라고 말이죠. 내가 부족해서, 문제를 잘 해결 하지 못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거라고 자책하고, 무기력해져서 다 놔버리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찹니다.
그런데 이것도 저의 손바닥과 손목의 통증과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새롭게 나타난 나의 약점'은 사실 새롭게 나타난게 아닐꺼에요. 원래부터 내 안에 있던 약점이고, 트라우마였죠. 그런데 그게 '새롭게' 나타났다는 것은 그걸 덮고 있던 더 큰 상처와 아픔을 내가 이겨냈다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전에는 너무나 큰 상처로 덮여서 작은 약점 같은 것은 느낄 새도 없었는데 내가 그 문제를 어느정도 받아들이고 해결하고 나니 이제 그 밑에 숨겨져 있던 작은 아픔들이 스물스물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이죠.
이런 생각을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어볼 수도 있어요. 어차피 아픈게 이어지는 건 똑같은건 아니냐고 말이죠. 하지만 저는 자신있게 '다르다'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내가 새로 느낀 아픔이 원래 내 안에 있었다는 것은 어찌되었건 나의 아픔중의 하나는 해결 되었다는 것이고,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정말로 새롭게 생겨난 아픔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희망을 가질 수 없을 거에요. 왜냐하면 내가 이걸 해결해도 어디선가 뜬금없는 새로운 문제가 '생길'테니까요. 하지만 원래 내 안의 있던 아픔이라면, 이렇게 하나씩 해결하다보면 언젠가 전체적으로 느끼는 아픔이 하나둘 해결되며 옅어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는 것이니까요. 제 손바닥이 나은 다음 전혀 새로운 손목의 통증이 생겼다면 이건 희망이 없어요. 왜냐하면 또 새로운 통증이 생길지도 모르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손바닥과 손목의 통증이 둘다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이라면.. 손바닥의 통증이 옅어지고 손목의 통증이 드러났을 때 '아..이제 이것만 해결하면 난 건강해 지겠네' 라는 희망이 있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요.. 하나의 문제가 조금은 해결되었다고 느낄 때 다른 문제가 생겨 나를 힘들게 한다면 자책하며 포기하지 말고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 전에 가지고 있던 문제가 제대로 해결 되어서 나를 아프게 하는 통증이 조금은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 밑에 있던 다른 아픔이 나온것 아닐까? 이렇게 하나씩 해결해나가다 보면 내가 가진 아픔들이 줄어들겠네! 라는 희망을 가져 보자는 것이죠.
우리가 아픔을 이겨내려는 노력들, 나의 약점을 받아들이는 것들, 그리고 성장하려는 노력들은 절대로 헛된 것이 아닙니다. 다른 아픔들이 막아설 지라도 자신이 가는 길을 의심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물론 계속해서 잘못된 길 같고, 의심은 끊임없이 들 것이고, 수없이 자책할 꺼에요. 하지만 그래도 하나만은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앞을 새롭게 가로막는 이 문제는 내가 그 전 문제를 훌륭히 통과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것들이 무한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문제들로 한정되어 있으니 하나씩 해결하다보면 꼭 조금씩 나아지리라는 것을 말이죠. 그렇게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자신있게 한발씩 내딛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나의 경험들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주며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는 멋진 우리가 되길 바래요~
우리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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