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초심자의 눈으로 보기
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도 6개월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이 배우기도 했죠. 그러면서 바뀐 것들이 있다면 환자 파악이 조금은 빨라졌다는
정도 인 것 같습니다.
환자 한 명당 우리가 볼 수 있는 정보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혈압, 체온, 맥박, 혈당
같은 아주 기본적인 생체징후부터 혈액검사도 종류가 엄청나게 많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환자 한 명에 대해 파악을 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떤게 이 환자에게 중요한 정보인지를 모르니 그 많은 정보들을 하나하나 다
훑어 봐야 했으니까요. 그 땐 윗년차 선생님들이 프로게이머 마냥 화면을 휙휙
돌려가며 환자를 파악하는 것을 보고 그렇게 신기하고 멋있게만 느껴졌습니다.
물론 아직도 저는 처음보다 나아진 것 일 뿐 아직도 그렇게 빠르고 정확하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환자 파악이 빨라 지는 건 어떤 틀이 생기면서 일어나는 현상인것 같아요.
이 환자에게는 이런 문제들이 있으니까 혈압이랑 혈액검사중에 이런거를 잘 봐야
겠네.. 라는 기준과 틀이 생기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요치 않은 정보들에 뺐기는
힘과 시간이 줄어들고 필요한 정보들만 찾아 가게 되었던 것이죠.
그렇게 전문적이 된다는 것은 넓기 보다는 약간은 좁아지지만 더 깊이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에도 맹점이 있습니다.
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정보들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할 때 입니다.
이 환자는 별 이상 없고 지금 수치도 정상이니까 빈혈수치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라고 생각하고 계속 그 정보를 확인하지 않으면 점차 나빠지고 있는 수치를 놓치고
지나갈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가끔은 초심자의 눈으로 봐야 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초심자는 넓게 봅니다. 모든것이 신기하고 두렵거든요. 하지만 느리고 효율적이지
못하고 깊게 알지 못합니다.
전문가는 넓기 보다는 좁은 곳을 깊게 보면서 효율적으로 일을 하지만 가끔 그 시야
안에 들어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놓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둘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비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는
없지만 가끔씩은 내가 보지 않았던 곳까지 확인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나의 일을
바라 볼 수 있는 '초심자의 눈'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누군가가 나의 일을 초심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의문을 가질 때 초심자라고
무시하지 말고 혹시 내가 놓친 부분을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존중하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겠죠.
우리는 언제까지나 초심자일 수 없고, 계속 전문가의 눈으로만 봐서도 안됩니다.
효율과 비효율의 적절한 타협선을 찾는 것이 어떤 일을 하든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주,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됩니다. 저는 이번 주부터는 다시 소화기내과로
돌아가게 됩니다. 예전에 한 번 일했던 곳이지만 다시 적응을 하는 시간이 필요
할 것 같아 긴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모두들 새로운 한주 새로운 한달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내 마음 돌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겸손은 나를 높이는 것.. (0) | 2021.09.18 |
---|---|
현재를 살기.. (0) | 2021.09.14 |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0) | 2021.08.27 |
나이를 먹는다는 건.. (0) | 2021.08.24 |
나의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세상 (1) | 2021.06.29 |
댓글